‘회의만 하지 말고 실천하세요’… 1000명이 함께한 무대, 초등생들이 어른들에게 외치다

국가인권위 지원사업 선정 토론연극 ‘기후야돌아와; 미래의 기권’, 충남·경기·서울 순회공연 성료
초등생 약 930명·교사 약 50명 참여… 기후인권을 말하고 토론하는 시민 공론장으로

2026-10-22 10:21 출처: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공간-해

열썸시민으로 변신한 학생들이 기후대책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해 발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뉴스와이어)--학교 강당에 포그머신 연기가 피어오르고 붉은 경광등이 번쩍인다. 안내방송과 함께 연극이 시작되자 객석의 학생들은 순식간에 기후재난 도시 ‘열썸시’의 시민이 된다. 중앙정부로부터 ‘기후악당도시’ 경고를 받은 상황. 일부 학생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기업가, 정치인과 대등한 패널로 서서 기후위기 대응과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비영리민간단체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공간-해(解)(대표 김현정)는 2026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증진활동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청소년 기후인권 토론연극 ‘기후야돌아와; 미래의 기권’을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충남·경기·서울 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극에는 초등생 약 930명과 교사 약 50명 등 모두 1000명 가까이 참여했다.

◇ 관객이 배우로 변신하는 ‘참여형 토론연극’

이번 연극은 브라질 연극인 아우구스토 보알의 ‘토론연극(Forum Theatre)’ 기법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관객이 결론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대신 극적 상황에 직접 개입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노래와 퀴즈, 게임을 통해 극 중 상황에 참여하고, 서로 다른 입장과 주장을 마주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학교 강당은 학생들이 기후인권을 직접 말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만나는 작은 공론장이 된다. 인권을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표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공론장 문화를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 ‘나 하나쯤이야’ 생각 버리기… 학생들이 낸 기후 해법 400여 건

공연 마지막 순서인 ‘기권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 의견은 400여 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일회용품 줄이기와 다회용품 사용(약 45%)이었으며, 육류 소비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분리배출 등의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은 ‘회의를 그만하고 실천으로’, ‘나 하나쯤이야 같은 생각 버리기’, ‘친환경 제품 가격을 일반 제품보다 싸게 정하기’ 등 개인의 실천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책임,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공연에 참여한 한 6학년 학생은 연극을 보면서 우리 인류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며, 미래의 지구를 살아갈 사람으로서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기후를 되살려 보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6학년 학생은 청소년 대표 ‘나미래’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어른들에게 맞서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 현장 교원들 ‘교과서보다 큰 울림’

교원들도 참여형 인권교육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용인 산양초등학교 권경희 교장은 “아이들은 수행평가에서 늘 정답을 말하지만 기후위기를 ‘나의 문제’로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극 중 시민이 되어 자신의 의견을 내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와 밀도 높은 대본, 역동적인 참여 구조를 높이 평가하며 기후와 인권의 문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권교육이 자칫 딱딱한 수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이번 연극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의 권리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연 후 실시한 사후 설문에서는 ‘연극에 참여하면서 기후문제가 인권과도 관계있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됐다’는 문항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학생이 4.9%에 그쳤다. 이는 충남·경기·서울 3개 초등학교의 해당 문항 유효 응답 572명을 분석한 결과다.

◇ 미래세대의 권리, 직접 말하고 실천하다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공간-해 김현정 대표는 “2024년 헌법재판소의 기후헌법소원 결정은 미래세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아이들이 기후위기의 해법을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인권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미래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기후인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연극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후야돌아와’는 2015년 첫선을 보인 뒤 전국 순회공연을 이어오며 누적 관객 3만여 명을 만났다. 올해는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사업을 통해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권리를 연결하는 기후인권 토론연극으로 내용을 확장했다.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공간-해 소개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공간-해(解)는 1997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아우구스토 보알의 ‘억압받는사람들의연극’ 방법론을 토대로 학교폭력, 기후환경, 평화·통일, 문화다양성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관객참여형 연극으로 다뤄왔다. 전국 10만여 명의 청소년과 함께했으며, 2018년 서울시장 표창, 2026년 통일부장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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