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관계자 및 내빈, 감사패를 전달받은 도너패밀리, 생존 시 신장기증인들의 모습
서울--(뉴스와이어)--“마지막 순간, 장기를 기증해 수많은 환자를 살린 남편은 정말 자랑스럽다.”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가 주관한 기념행사 ‘생명나눔 페스타 : 나누고 더하는 사랑’에 참석한 고(故) 최철재 씨의 아내 이광임 씨(59세)가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최 씨는 2000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장기를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장기기증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해 한 해 뇌사 장기기증인이 52명에 불과했다. 23년의 세월이 흘러 한 해 기증인이 450명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는 이 씨는 “여전히 남편이 그립지만, 누군가 남편의 생명을 통해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얻는다”며 남편의 장기기증에 자긍심을 느껴 2010년 자신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서약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내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이 건립된 보라매공원에서 9일 개최된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에는 이광임 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90여 명과 생존 시에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기증인 50여 명, 그리고 장기이식인과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및 자원봉사자 등 총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행사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16명에게 ‘생명의 별(기증인의 사진이 담긴 별 모양의 크리스탈패)’이 전달됐다. 3년 전 떠난 아들의 사진이 새겨진 생명의 별을 받은 이석우 씨(남, 85세)는 “가을이 다가오면 포근한 이불을 선물하며 늘 부모의 건강을 먼저 챙기던 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며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아들 몫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날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을 위해 신장 하나를 기증한 생존 시 기증인 중 기증 30주년을 맞이한 21명에게도 기념패가 전달됐다. 1993년 일면식도 없는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이태조 씨(62세, 남)는 기념패를 전달받으며 “모두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더 사랑을 나눈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2005년 간의 일부까지 타인을 위해 기증하며 국내 몇 안 되는 신장·간 기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념패 전달이 끝난 후에는 생명나눔 퍼레이드가 진행돼 참석자 전원이 보라매공원 내 산책로 3km를 걸으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피켓 행진을 펼쳤다. 이어 생존 시 장기기증의 역사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사진 전시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돼 참가자와 공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의 정보와 참여 방법 등을 알렸다.
한편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한다’라는 뜻을 담아 9월 9일로 지정됐다.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국내 장기기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상반기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4만65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12% 증가했다. 특히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20대가 28%로 가장 높은 등록률을 나타내는 등 젊은 층의 장기기증 참여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인은 405명으로, 201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2~3000명가량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5만여 명에 육박한다. 이에 매일 평균 7.9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소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991년 창립돼 국내에서 최초로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현재 100만 명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를 모집했으며, 생존 시 신장기증 및 뇌사 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을 통해 3000여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전했다. 이 외에도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생명존중 교육을 실시하며,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 프로그램 진행 및 혈액투석 환자들을 위한 시설인 제주 라파의 집 등을 운영하고 있다.